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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by 해피라이프 happylife 2025. 7. 7.

박찬국 교수의 저서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는 니체의 초기작 『비극의 탄생』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니체가 28세 때 집필함). 이 책은 니체가 서양의 전통 형이상학과 그리스도교의 붕괴 이후 나타난 니힐리즘과 염세주의를 예술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시도를 다루고 있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니체는 종교와 과학이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제시해 줄 수 없다고 보았으며, 예술을 통해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다. 과학이 드러내는 세계는 그 안의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인과법칙에 따라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세계다. 근대 이전의 서양인들은 그리스도교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았지만, 많은 현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되면서 그리스도교는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벼락이 칠 때 사람들은 더 이상 그것에서 신의 분노를 보지 않고 전기적인 현상을 볼 뿐이고, 신에게 기도하기보다는 피뢰침을 달아 벼락을 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태를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표현했다. 신은 죽었다는 말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이 과거에 가졌던 영향력을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시대 진단이다. 

신은 과학에 의해 살해되었지만 과학이 신처럼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니체는 우리가 살아갈 이유나 목표가 없다고 보는 니힐리즘의 도래를 인정하면서도, 경이로운 예술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삶의 허무함을 인정하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당시 니체가 숭배했던 바그너의 음악처럼 건강한 생명력으로 넘치는 음악이 열어주는 신화적 세계를 받아들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음악은 우주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의 표현이다


니체는 선과 악이라는 전통적인 가치관 대신 강함과 약함이라는 새로운 대립 구도를 제시했다. 그는 선하고 착한 인간이 아닌 강한 인간이 되라고 역설한다. 니체가 말하는 강함은 타인을 괴롭히는 일차원적인 강함이 아니라, 자신보다 동등하거나 더 강한 자와 겨루고, 적수에게 존경을 표하며, 자신에게 엄격하고 고난을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나를 파괴하는 것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그의 명언은 고통을 통해 강하게 성장하는 인간을 나타낸다.

진정으로 강한 자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과 고통 그리고 고난이 사라지지 않는 이 세계를 그대로 긍정하면서 이 세계에서 춤추듯 유희하면서 살아가는 자들이다. 진정으로 강한 자들은 기독교가 그리는 천국이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공산주의 사회처럼 경쟁이나 고통 그리고 고난이 사라진 세계를 꿈꾸지 않는다. 그들은 이러한 세계는 허약하고 지친 자들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본다.

니체는 당시의 인간들을 강건하게 만드는 것은 종교나 학문이 아닌 오직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도교처럼 인격신을 믿는 종교가 근대 과학의 발달과 함께 설득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니체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없다고 느끼고, 예술에서 구원을 찾고자 했다. 

또한 니체는 인간은 과학과 과학적인 지식으로 만들어낸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보았다. 과학이 드러내는 세계는 그 안의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인과법칙에 따라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세계다. .. 니체는, 우리 인간은 과학이 제시하는 황량한 세계에서 살 수 없다고 보았다. 예술에 의해 드러나는 세계와 사물은 표정과 혼을 갖는 세계이고, 신화적인 표정 체험에 의해 규정되는 세계다. 


그는 예술이 세계와 사물의 진리를 드러낸다고 보았고, 특히 음악에 큰 관심을 가졌다. 디오니소스적 예술은 서정시, 음악, 춤과 같이 감정에 직접 호소하여 우리를 뒤흔드는 예술을 의미한다. 니체는 음악에 도취될 때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는 강건한 생명력이 넘치는 음악이 니힐리즘의 새로운 출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니체는 인간이 세계에 던져진 채로 세계에 순응하거나 투쟁하고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살아가며, 세계를 긍정하고 유희하듯 살라고 조언한다. 그는 고통과 고난에도 이 세계를 긍정하며 유희하는 강한 염세주의자가 되라고 말했다. 이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아모르 파티 Amor fati)"는 니체의 대표적인 메시지로, 인생이라는 비극 위에서 파멸과 탄생을 거듭하며 운명을 긍정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니체의 예술철학이 예술에 대한 탐구를 넘어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법, 나아가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설명한다.

염세주의는 나약한 자들의 세계관이다.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라. 고통을 긍정하고 삶을 유희하라

<참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19세기 독일의 철학자로, 그의 사상은 전통적인 서구 철학에 도전하며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니체의 철학은 신의 죽음 선언을 통해 전통적인 가치 체계의 붕괴를 알리고, 새로운 가치 창조와 인간 본성의 긍정을 강조합니다.

니체 철학의 주요 개념

1. 신의 죽음 : 니체는 1882년 저서 《즐거운 지식》에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은 단순히 기독교 신앙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서구 사회를 2천년간 지탱해 온 전통적인 기독교적 가치관과 도덕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그는 과학의 발전과 세속 세계의 출현이 기독교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니체에게 '신의 죽음'은 최고의 가치와 이상적 목표를 상실하고, 인간이 몰개성화, 획일화되어 개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신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스스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2. 영원회귀(永遠回歸, Ewige Wiederkunft) : 영원회귀는 "세계의 모든 사건은 일련의 순환을 통해 동일한 순서로 영원히 반복된다"는 개념입니다. 이것은 기독교놔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목적론적인 세계관과 가장 대립하는 세계관입니다. 그리스도교나 마르크스주의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최후의 심판이나 공산주의와 같은 미래의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서 나아간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해 니체는 모든 것은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끊임없이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고통이나 악도 끊임없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은 힘이 약한 자를 절망에 빠뜨리지만, 힘이 강한 자는 그러한 사실을 흔쾌하게 받아들입니다. 니체는 이 개념을 통해 자신의 삶의 과제와 사명을 인식하고,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는데, 이것이 바로 '아모르 파티'로 이어집니다. 영원회귀는 예술의 형이상학이자 반()그리스도적 예술-종교이며, "예술가-형이상학"으로도 불립니다.   

3. 아모르 파티(Amor Fati) :
아모르 파티는 "운명을 사랑하라"는 라틴어로, 운명애(運命愛_'운명을 사랑하라')를 의미합니다. 니체는 자신의 삶 자체가 요구하는 과제와 사명을 '운명'으로 보고, 이를 사랑하라는 명령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고통을 포용하고 극복하며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를 포함합니다.

4. 초인(超人, Overman) : 초인은 인간이 스스로를 극복하여 나아가야 할 목표이자, 영원히 회귀하는 운명을 인내하며 신을 대신하는 모든 가치의 창조자로서 풍부하고 강력한 삶을 실현한 자를 의미합니다. 초인은 지성과 긍지로 가득 차 있으며, 넘치는 생명력으로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존재입니다. 니체는 인간이 동물과 초인 사이에 놓인 사다리이며, 인류 역사는 초인의 탄생을 향한 역사라고 보았습니다. 초인이 되기 위해서는 낙타-사자-어린아이의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비유적으로 설명됩니다.

5. 관점주의(Perspectivism)니체는 절대 진리의 개념을 거부하고, 대신 삶이 무의미하다는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는 모든 사실이 해석된 것이며, 도덕적 사실은 존재하지 않고 사실에 대한 해석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6. 도덕적 상대주의(Moral relativism) :
니체는 전통적인 기독교 도덕을 비판하며, 도덕성이 개인의 관점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기독교 도덕이 약자들이 강자에 대한 원한에서 비롯된 위선적인 '노예 도덕'이라고 탄핵하고, 강자의 관점에서 힘과 권력을 찬양하는 '주인 도덕'이 본래의 고귀한 도덕이라고 보았습니다. 노예 도덕에서는 약한 자의 처지가 '선함'의 기준이 되며, 강한 의지나 도전은 '악함'으로 간주됩니다. 반면 주인 도덕에서는 강하고 고상한 것이 '선함'이며, 나약하고 소심한 것이 '악함'으로 정의됩니다. 

7. 생의
철학(Lebensphilosophie) : 생의 철학은 비합리적인 삶을 강조하며, 이는 체험되고 이해될 뿐 인식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니체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규범에 억압되지 않고 삶을 긍정하며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