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탠퍼드대 의대(정신의학) 애나 렘키 교수가 쓴 '도파민네이션'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도파민 과잉의 시대에서 삶의 균형을 찾게 해주는 책입니다.
라때는,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었어요. 심지어 (집에 있던 14인치 칼라) TV는 오후 4~5시쯤에서야 첫 프로그램이 나왔고, 그마저도 볼만한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밖에 나가 놀면서, 그 시절이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몇 분 만에도 자극적인 숏폼(짧은 영상)을 수십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도파민을 분출하는 자극들이 스마트폰에 넘쳐나죠.
책에서 저자는 자극(도파민)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의 인간은 누구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단합니다. 중독성 물질,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음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오늘날 도파민들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도파민네이션에 살고 있어요.
스마트폰은 지금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도파민(dopamine)은 뇌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입니다. 흥분성 전달물질이기 때문에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서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리는데요, 분비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인체에 이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해요.
인간은 열대우림에 놓여진 선인장이다
건조기후에서 살아가는 선인장이 열대우림에 던져진 것처럼, 우리는 과도한 도파민에 둘러싸인 환경에 살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큰 고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도파민이 넘쳐나는 환경은 인류 역사적으로 없었어요. )
저자는 중독을 현실로부터의 회피로 보고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중독이라는 것이에요. 의학이 발전하며 신체적 고통을 약으로 줄일 수 있고, 기술이 발전하며 정신적인 지루함과 고통으로부터 주의를 돌려줄 자극이 마구 생겨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는 여전히 고통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삶의 고통을 회피하기보다는 자신의 고통의 원인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될 거예요.
우리에겐 <고요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고독한 시간이 필요해요. 현 상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 내며 자신만의 고유한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뇌의 주요 기능성 세포는 뉴런이라고 불린다. 뉴런들은 시냅스에서 전기 신호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도파민은 인간 뇌의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들은 음식을 찾지 못하고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지만, 음식을 입안으로 바로 넣어주면 음식을 씹어서 먹으며 그걸 즐기는 것처럼 반응한다.
도파민은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어떤 약물이 뇌의 보상 경로에서 도파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분비할수록 그 약물의 중독성은 더 크다고 평가된다.
위의 그림에서 마지막 암페타민은 주의력 결핍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물인데, 도파민 분비량을 1000퍼센트까지 늘린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는,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즉 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초콜릿을 한 조각 먹으면 다음 조각이 또 먹고 싶어지고, 괜찮은 영화, 게임 등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 뇌의 균형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다. 저울은 수평 상태, 즉 평형을 유지하려고 한다(항상성). 그래서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운다. 평형을 유지하려는 저울의 속성상 한번 쾌락에 기울었던 저울은 반작용에 의해 고통 쪽으로 기울게 된다. 중독 증상의 고통은 쾌락의 대상을 경험해도 더 이상 흥분을 맛보지 못하는 비참함에서 비롯한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중독 대상에 과거와 같이 다시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금단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은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기다리면, 우리의 뇌는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저울이 수평을 이루는 셈이다. 뇌의 저울이 수평을 이루면, 우리는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
'책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라클모닝 밀리어네어'_기적의 아침 습관 (2) | 2024.02.16 |
---|---|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내가 배운 것들'_다정함의 힘 (4) | 2024.02.07 |
'프레임'_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 (4) | 2024.01.30 |
검정고시로 대학가기 (0) | 2024.01.09 |
'클루지'_우리의 어설픈 본성을 극복하자 (0) | 2022.11.07 |